트렌드포스 "D램 칩이 모듈 가격 추월"
D램 가격 3분기 171.8%↑…낸드도 폭등세
"내년 생산분 완판" 잇달아…공급 부족 지속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D램 원재료 가격이 완제품을 웃도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서버·PC·모바일 등 전방 산업 전반에 걸쳐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것으로, 이 같은 품귀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최근 현물 시장에서 D램 칩의 1Gb당 환산 가격이 같은 용량의 모듈 가격을 추월했다. D램 모듈은 기판 위에 여러 개의 칩을 장착해 만든 제품으로, 원재료가 완제품보다 비싸졌다는 의미다.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 속도가 너무 빨라 모듈 가격에 즉시 반영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트렌드포스는 "단기간 내 모듈 가격이 빠르게 상승해 칩 가격과의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며 "시장 전반의 가격 급등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올해 하반기 D램 가격은 거래량이 줄었음에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주요 공급업체들이 재고 소진을 이유로 물량을 제한하면서 시중 공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D램 고정거래가격(대량거래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171.8% 급등했다.
특히 구형 D램이 신형 제품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구형 D램의 급등세에 이어 신형 D램이 이를 추격하면서 시장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 역시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 주력 제품인 512Gb TLC 웨이퍼의 현물 가격은 이번 주 17.07% 상승해 6.455달러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낸드 플래시 공급 부족이 10년 이상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업계는 내년까지 메모리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내년 공급 물량이 이미 소진된 상태이며, 인공지능(AI) 추론 시장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일반 서버용 메모리 수요까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업체들이 HBM 같은 고부가 제품에 집중하고 있어 일반 PC나 모바일용 D램·낸드 수급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도 전방위적 공급난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